[윤상길의 행복글방] 어린이 트로트 가수, 아이돌 스타와 한류 확장에 나섰으면

오피니언
오피니언
[윤상길의 행복글방] 어린이 트로트 가수, 아이돌 스타와 한류 확장에 나섰으면
  • 입력 : 2021. 02.15(월) 13:58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원로가수 하춘화는 1961년 6살의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당시 ‘천재소녀’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 EBS1 ‘싱어즈’ 방송화면 캡처
“요즘 아이들 어른 뺨친다.” 방송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어른 가수 못지않게 실력을 뽐내는 10대 초반 초등학교 어린이 가수들을 두고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TV조선 ‘미스트롯 2’에 출전한 김다현(13), 김태연(11) 등이 어른 뺨치는 트로트 실력을 보이고 있다. 김다현은 이미 MBN ‘보이스트롯’에서 준우승한 실력자이다. ‘미스트롯 2’에서는 최종 14인에 들었고, 1차 미션 때는 ‘진’에 뽑혔다. 14인에 뽑힌 김태연은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서 ‘진’에 올랐다.

MBC ‘트로트의 민족’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한 김민건도 11살 초등학생이다. KBS ‘트롯전국체전’에 출전한 오유진(13)도 초등학생으로 최종 결승에 오른 8인에 이름을 올렸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초등학교 트로트 가수들은 여러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11살 때 KBS전국노래자랑에서 우수상을 받아 중앙무대에 진출한 정동원(15)은 지난해 ‘미스터트롯’ TOP6에 포함된 이후 예능 프로 단골 초청 가수가 됐다.

7살 때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9살 때 정규 앨범 ‘내가 홍잠언이다’를 출반한 홍잠언(11)은 ‘미스터트롯’ 본선 진출자이다. 이후 방송에 본격 출연하더니 지난주에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고 큰 이모뻘인 김연자와 함께 듀엣 무대를 갖기도 했다.

어린이 가수의 나이를 조금 더 상향해 하이틴으로 가면 미성년 능력자 가수는 부지기수로 많다. ‘트로트 아이돌’이란 별명을 얻은 김소연(18)은 지난해 ‘트로트의 민족’에 출연해 1라운드 MVP에 뽑힌 데 이어 최종전에서 준우승자가 되었다. 김소연도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면서 일찍이 기성 가수 반열에 올랐다.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한 초등부 출연자들은 기성 가수 못지않은 출중한 실력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 TV조선

이번 설 연휴 TV 방송이 특집으로 꾸민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단연 주역은 이들 어린이 가수들이었다. 명절 때면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일명 ‘아육대’가 트로트 가요 특집 프로그램에 밀린 것도 이들 어린이 트로트 가수들의 출연이 한몫한 탓이다.

하지만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어린이들이 줄을 잇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경쟁을 통해 선택받거나 탈락하는 프로그램에서 어린 꼬마들은 탈락의 설움에 주저앉아서 울거나, 선택의 기쁨에 괴성을 지른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어린이들의 지나친 환호와 탄식과 실망의 모습이 보기 안쓰럽다.

이런 모습을 ‘미스트롯 2’가 초기 경연에서 지나치게 오래 방영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악마의 편집이란 비판도 뒤따랐다. 시청률만을 의식해 어린이들의 감정 변화를 외면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급기야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린이 출연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상기시키면서 주의를 환기하기도 했다.

어린이 가수의 쇼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최근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반세기 전에도 있었다. 지금은 전설이 된 원로가수 하춘화의 어린 시절의 일이다. 1961년 서울 종로4가 천일극장 쇼무대에 당시 6살의 하춘화가 출연했는데, 그의 공연을 본 사람들이 “천재소녀가 출연했다”며 열광했다. 하춘화는 이미 그 한 해 전부터 극장 쇼무대에 출연했었다.

쇼 공연이 유일한 서민의 즐길 거리였던 시절, 어린이가 부르는 성인의 노래는 어른들의 감탄을 자아낼만한 ‘묘기’에 가까운 특별한 것이었기에 당시 공연제작자들은 하춘화 출연에 힘을 쏟았다. 이때 많은 사람이 어린이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속물들이 판을 치는 성인사회에 순수한 어린이가 상업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동시에 어른들도 쉽게 벌기 힘든, 큰돈을 어릴 때부터 버는 것에 대한 질투심도 한몫한 비판이었다.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춘화 이후로 재능 있는 어린이 가수를 발견하면 끊임없이 상업적인 무대에 세우려는 시도는 지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1970년대 들어와 ‘바보상자’라 불리며 서민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이들의 소개가 이뤄진다.

트로트 신동으로 불리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김연자와 함께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MBC

1970년에는 5살이었던 박혜령이 지구레코드를 통해 ‘검은 고양이 네로’를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박혜령은 이때 일본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까지 했다. 일본 TV에 출연한 최연소 한국 어린이 가수이다.

1971년에는 우리나라 대중가요 사상 최연소 가수가 탄생한다. 주인공은 당시 3살이었던 강남주. 아빠 엄마와 함께 ‘3세의 천재 가수 강남주의 아빠와 엄마’란 앨범에 이 꼬마의 노래가 수록됐다. 당시 레코드업계에서 지구레코드와 쌍벽을 이룬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발매한 음반이다.

이어지는 어린이가수의 등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1970년대 중반, 군사정권에서 노래와 공연 심의를 맡았던 공연윤리위원회에서는 ‘미성년자의 방송과 극장 쇼무대 출연 금지’란 조치는 내리기도 했다.

어린이를 걱정하는 어른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무게의 차이는 보이지만 걱정의 유형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 트로트 오디션에 출연하는 어린이 가수에게는 큰 변화가 보인다. 곧 동일한 조건으로 성인 가수들과 경쟁을 펼친다는 사실이다.

어린이가 참여하는 예술과 예능 분야는 소위 ‘체급’ 구분이 있다. 힘과 기술을 사용하는 스포츠 분야는 그렇다 해도, 미술, 클래식 콩쿠르, 국악, 백일장 같은 문학 분야에 보면 초등부, 중고등부 같은 구분을 지어 성인과 차이를 분명히 한다. 재능과 경험의 축적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로트 오디션에서는 성인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을 펼친다. 어린이라고 해서 가산점을 주지도 않는다. 어린이 심사위원이 따로 있지도 않다. 내로라하는 가요계 전문가가 심사위원이고, 랜선 심사에 참여하는 비대면 심사위원들도 성인이다. 그런 동일한 조건에서 어린이 가수들은 성인 가수와 겨루어 본선 결승 무대에 진출하고 우승도 한다. 그들을 ‘천재’라고 불러야 할 이유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어느 분야이든 ‘영재교육’은 필요하다. 남다른 재능을 지닌 어린이는 조기에 발굴해 그 영재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다른 예체능 분야는 그들을 위해 국가 예산까지 투입한다. ‘대중가요’라고 해서 ‘천재’ 교육에 차별을 받는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공정사회가 아니다.

여전히 ‘케이팝’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첨병이다. 케이팝이란 용어는 본디 ‘대중음악’이란 의미의 ‘Popular Music’과 대한민국의 ‘Korean’의 합성어로 ‘한국의 대중가요’를 뜻하는 단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표현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음악에 국한해서 사용되고 있는 처지다. 이는 분명 잘못된 용례이며, 고쳐야 할 부분이다.

케이팝을 아이돌 음악으로만 국한해 사용할 경우 한류의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케이팝을 아이돌 음악 이전의 트로트를 포함한 한국대중음악까지 포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의 어린이 트로트 가수들이 아이돌 가수들과 손잡고 한류 확장의 동반자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