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정권심판’ 바람 탄 박형준, 부산서 재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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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정권심판’ 바람 탄 박형준, 부산서 재기 눈앞
  • 입력 : 2021. 03.31(수) 18:10
  • 부산│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대한민국이 바로서야 부산이 더 잘살 수 있다. 무도한 정부에 민심의 몽둥이를 들어 달라”며 4·7 재보궐선거를 통한 심판론을 강조했다. / 소미연 기자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대세론’은 수치로 입증됐다. 3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51.1%의 지지율을 얻어 경쟁 상대인 김영춘(32.1%)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9%p 앞섰다. 뿐만 아니다. 당선 가능성에선 갑절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박형준 후보와 김영춘 후보가 각각 60.6%, 26.2%를 기록하며 무려 34.4%p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캠프 측 주장대로 ‘바람’을 탄 모양새다.

실제 중도층(52.6%)도 박형준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박형준 후보는 판세를 굳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는 YTN·TBS 의뢰로 지난 29~30일 이틀간 부산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무선(90%)·유선(10%) 병행 방식으로 진행돼 응답률 9.4%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자존심 상했다”… 정권심판론이 통한 이유

캠프 측은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를 박형준 후보의 개인 역량을 내세우기보다 시대적 흐름으로 풀이했다. 부산시민들이 정권심판론과 함께 이번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집권여당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것. 사실상 4·7 재보궐선거가 내년 3월 예정된 대선의 전초전으로 봤다. 이 같은 시선은 박형준 후보의 연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27일 서면NC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다. 박형준 후보는 “문재인 정권이 지난 4년 일을 잘했느냐. 경제 살리라고 했더니 경제는 살리지 않고 조국(전 법무부 장관)만 살렸다. 검찰개혁하라고 힘을 줬더니 윤석열(전 검찰총장)만 쫓아냈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민심도 자극했다. 정책을 25번 내놨지만 “집 없는 사람들, 청년만 죽여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준 후보는 ‘내게 힘이 되는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힘 있는 시장’을 넘어 시장이 가진 힘을 시민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포부를 담았다. / 소미연 기자

이날 박형준 후보의 지원 유세를 위해 부산을 찾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정권 때리기에 힘을 더했다. 겨냥한 것은 정부의 무능이다. 대통령 집무실에 만들었던 일자리 상황판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거나, 경제정책 실패가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다는 식의 주장이다. 특히 LH 사태는 “정권의 말로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단순한 보궐선거가 아닌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실정을 평가하는 선거”라고 설명했다.

실정 평가에는 전임 시장에 대한 과오도 포함된다. 이번 선거가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따른 궐위로 치러지게 된 만큼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자당 소속이던 오거돈 전 시장을 제명하는 것으로 용서를 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염치 좀 있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후보를 내고, 그 후보가 오거돈 전 시장의 당선에 ‘공신’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김영춘 후보는 2014년, 201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오거돈 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민심은 냉정했다. 캠프 관계자는 <뉴스코프>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선거를 앞둔 부산시민들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전임 시장에 대한 단죄로 시민들 스스로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박형준 후보가 제시한 새 부산시장의 모습은 소통과 공감이다. ‘말이 통하는 시장’, 더 나아가 시민들에게 ‘힘이 되는 시장’이 되는 게 박형준 후보의 목표다.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여당 인사들의 행태를 봤을 때 그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았느냐”면서 “부산에 필요한 시장은 자신의 힘을 자랑하는 ‘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힘이 돼줄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야당에서 제기한 △이명박(MB) 정부 국정원 불법사찰 관여 △엘시티 특혜분양 △재산신고 누락 △딸 홍익대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해선 ‘네거티브’로 일축했다.

박형준 후보는 볼멘소리를 냈다. “역대 이렇게 지저분한 선거를 치르는 여당을 본 적이 없다”는 것. 도리어 정부여당을 향해 “잘한 일이 없으니 더러운 흑색선전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박형준 한 방이면 간다’고 했는데, 열 번을 쏴도 모두 헛방이었다”면서 “제가 막되게 살지 않았다. 남 이용하지 않았고 피해준 적도 없다. 가족들과 열심히 번 돈으로 집샀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후보의 딸은 기자의 취재에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조용히 아버지 뒤에서 선거를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소미연 기자

박형준 후보는 서울에서 학업을 마친 뒤 고향 부산으로 돌아가 동아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정치활동은 민중당에서 시작했다. 이후 문민정부 개혁 지원을 위해 1994년 민주자유당으로 정치노선을 바꿨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부산 수영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MB 계열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다. MB 캠프 대변인으로 활약한 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로 입성했다.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하지만 18대, 19대 총선에서 연거푸 낙선했다. 친박계의 영향이 컸다는 데 정치권의 이견이 없다. 2014년 9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야인생활은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끝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시민단체들이 보수 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그 지휘봉을 박형준 후보에게 맡긴 것. 이후 그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출범을 이끌었다. 총선에선 당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뛰었다.

◇ 보수 대변 위해 출연한 방송, 인지도 상승 견인

정치적 풍랑 속에서도 부산을 떠나지 않았다. 교수를 시작한 1991년부터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박형준 후보가 내세운 자부심이기도 하다.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부산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김영춘 후보와는 다르다는 점을 꼬집는 것과 같다. 캠프 관계자는 “부산을 지키고,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이 바로 박형준 후보”라고 덧붙였다.

박형준 후보는 보수 논객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데 앞장섰다. 이때 유명세를 얻었다. JTBC ‘썰전’, TV조선 ‘강적들’ 등에 출연하며 품격 있는 보수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방송 출연은 인지도 측면에서 유리한 선거지형을 만들었다. 박형준 후보를 알아본 시민들은 “방송보다 실물이 낫다”며 웃었다. 지난 27일 박형준 후보를 따라 자갈치시장을 찾은 딸에게도 “아빠랑 많이 닮았다. 욕본다(수고한다)”며 친밀감을 표현했다.

부산│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pink25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