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12주기] 봉하마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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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12주기] 봉하마을 달라졌다
  • 입력 : 2021. 05.23(일) 22:35
  • 경남 김해 | 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은 ‘검이불루 화이불치’로 조성됐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봉분을 너럭바위로 대신한 뒤 ‘대통령 노무현’ 여섯 글자만 새겼다. “아주 작은 비석만 남기라”는 유언에 따른 것이다. / 소미연 기자
벌써 12주기를 맞았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그리움은 여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불신과 갈등이 어느 때보다 깊은 오늘날 ‘바보 노무현’의 삶에서 보여준 ‘국민 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추도식의 주제도 ‘열두 번째 봄, 그리움이 자라 희망이 되었습니다’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되새겼다.

추도식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 노무현재단을 이끌고 있는 유시민 이사장이 대표로 헌화·분향을 했다. 참석자는 유족을 포함해 70여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발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추도식 규모를 최소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추모객들은 추도식이 진행되는 묘역 밖에서 고인을 기려야 했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추도식을 지켜보는 것으로 함께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추도식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열세 번째 봄, 내년 추도식에는 많은 시민들이 얼굴을 맞대고 어깨를 부비면서 손을 맞잡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온 첫 대통령이다. 귀향을 통해 참여정부 국정철학인 국가균형발전을 실천했다. 서거 전까지 머물던 집은 2018년 5월 시민에게 개방됐다.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집’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유족들이 실현했다. / 소미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로 추모를 대신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에 열린 8주기 추도식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던 대로 지난 4년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에는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퇴임 후 거주하게 될 사저를 김해시와 인접한 양산시에 짓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봉하마을의 5월은 추모 열기로 뜨겁다. 나흘 전 <뉴스코프>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고 자란 생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의 자취를 기록한 야외전시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 방문객들을 맞았던 만남의 광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시민들에게 개방된 사저에서 ‘사람 노무현’을 떠올리며 그리운 마음을 나타냈다. 한 추모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계실 때 못 찾아뵌 것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 이후 봉하마을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눴던 곳에 의자가 놓였다. 추모객들은 이곳에 앉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겼다. 바로 옆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위치한다. / 소미연 기자

현재 만남의 광장은 야외영상관으로 조성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객들에게 손 흔들던 ‘그날’을 보여주고 있다. 재단 측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3월 1일부터 그해 12월 5일까지 총 153일, 369회에 걸쳐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사저는 2018년 5월 개방돼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안내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감염 우려로 관람시간이 일정치 않고 해설사도 없는 상황이다. 대신 안내책자를 제공하고 있다.

사저 맞은편에는 시민문화체험전시관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봄 완공·개관하는 게 목표다. 이에 따라 서거 13주기엔 공사로 문을 닫게 된 ‘추모의 집’ 전시 유품과 관련 자료가 전시관을 통해 다시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해당 부지에는 추모의 집이 가건물 상태로 세워져 있었다. 사실상 추모객들의 쉼터 역할을 해왔으나, 공간이 협소했다. 김해시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봉하마을에 연간 100만명이 찾을 만큼 유력 관광지로 부상했지만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서다. 양측의 고민을 해소한 게 바로 전시관 건립이다.

봉화산 부엉이바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추모객들에게 가슴 아픈 곳이다. 서거 이후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울타리가 쳐졌다. 산을 계속 오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를 지낸 정토원에 이를 수 있다. / 소미연 기자

다만 재단 측은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세워지는 ‘노무현시민센터’와 봉하마을의 체험전시관이 모두 재단에서 추진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사업 주체가 다른 만큼 중복 사업이 아니라는 것. 노무현시민센터는 전직 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재정을 일부 지원하고 재단이 사업주체가 돼 나머지 재정과 사업을 담당하는 대통령 기념사업의 일환이다. 반면 체험전시관은 봉하마을의 관광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김해시가 주체가 돼 건립하는 사업으로, 재단이 부지 일부와 건물 설계도를 기부채납했다.

달리 말하면, 이제 봉하마을은 추모의 공간을 넘어 관광지로서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짓는 대신 새로운 추억으로 고인을 기억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미 봉화산 숲길은 정비를 마쳤다. 이 숲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 봉하마을로 손님이 찾아올 때마다 함께 거닐었던 길이다. 경로에 따라 부엉이바위와 정토원을 거쳐 갈 수 있다.

봉하마을 내 시민문화체험전시관이 들어선다. 내년 봄 완공을 목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에 맞춰 개관될 예정이다. 향후 전시관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품과 관련 자료가 소개되는 것은 물론 봉하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민주화운동 및 국정 등의 체험을 제공한다. / 소미연 기자

부엉이바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곳으로, 지금은 담장과 철조망이 설치돼있다. 정토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마지막으로 들린 사찰로, 서거 후 49재를 지낸 뒤 영정과 위패를 모셨다. 매해 서거일 때마다 추모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법당인 수광전에는 지금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봉하마을 입구 쪽에는 봉하연수원이 개원했다. 당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들과 손님들이 지낼 봉하연립주택으로 세워졌으나, 교육연수시설로 용도를 변경한 뒤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봉하마을 가이드 투어) 참여자를 대상으로 숙박·대관을 유료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수원은 건립자인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이름을 따 ‘강금원기념’이 붙여졌다. 강금원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벗이자 후원인이다.

경남 김해 | 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pink25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