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스코프] 헌법 위에 우뚝 선 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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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코프] 헌법 위에 우뚝 선 홍남기
홍 부총리와 기재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 입력 : 2021. 07.14(수) 14:54
  • 뉴스코프 김윤겸 기자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설전을 벌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뉴시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 중 한 장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대상으로 질의를 하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소 흥분된 어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길을 내는 것은 정치가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겁니다. 정부가 이렇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대해서 국회가 결정을 못할 정도가 되면 안 되죠.”

그러자 홍 부총리는 차분한 어조로 맞받아쳤다.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재정 운영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언뜻 보면 우 의원의 말은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도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결정한 것을 공직자들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뉘앙스로도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홍 부총리의 말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재정관료의 비장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헌법 제54조에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라고 명확하게 규정해 놨다. 즉 국가 재정의 결정권은 국회에 있으니 재정부처가 따르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산 편성을 정부가 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아예 국회가 예산 편성권까지 갖고 있다. 재정부처는 이를 보조하는 역할만 한다. 정부 예산은 민주주의의 핵심 중 하나로 관료에게 맞겨선 안 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의 예산 심의·결정권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실상 헌법 위에 우뚝 서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마찰을 빚으며 끝까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저의는 무엇일까.

홍 부총리가 주장하는 선별적 재난지원금에는 하위 80% 지급보다는 상위 20% 카드 캐시백 지원 방안에 방점이 찍힌다.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반대하지만 신용카드사의 이익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기재부는 지금까지 재난지원금의 선별지급을 시종일관 주장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으로 ‘짭짤한’ 수익을 본 신용카드사의 혜택을 줄 수 없게 된 것.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재난지원금은 신용카드 현금 충전 방식을 위주로 해 카드사들이 상당한 재미를 봤다.

그동안 친기업·친금융적 행보를 보인 기재부가 그들의 기조인 선별지급을 유지하려다 보니 대기업·금융기관 위주로 형성된 신용카드 업계의 이익을 챙겨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위 80% 선별지급+20% 카드 캐시백 지원은 이같은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바와 목적을 양보 없이 초지일관 밀어붙이는 홍 부총리와 기재부의 모습은 이제는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기관차와 같아 보인다. 이 때문에 논란은 더 확대되고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회 혼란까지 야기하는 듯한 모습이다.

기재부의 질주를 멈추고 당정 간의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제는 청와대가 나서야 할 때다.

뉴스코프 김윤겸 기자 paperguy@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