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논란] 가짜뉴스 벌주려다 ‘언심’ 잃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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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논란] 가짜뉴스 벌주려다 ‘언심’ 잃을 판
  • 입력 : 2021. 07.29(목) 23:56
  • 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언론중재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언론재갈법’이라고 비판한다.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언론 단체들도 법안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어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나타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언론 단체를 향해 “정상적 절차로 보도하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며 달랬고,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에게는 “수차례 소위를 열고 공개 전문가 간담회 요구를 수용했다”고 반박했다. “법안 내용과 취지를 제대로 이해해달라”는 게 그의 당부다.

실제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의 추진 동력을 ‘언론의 신뢰 회복’과 ‘공정한 언론 환경 구축’으로 삼았다. 이를 실현할 방안으로 △열람차단청구권 신설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증원 △정정보도 시 원 보도와 같은 분량·크기로 게재 규정 △언론보도 손해배상액 한도 설정 등을 법안에 담았다. 해당 법안은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이제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본회의 표결을 차례로 밟아야 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내달 25일 본회의를 목표로 속도전을 예고했다. 사실상 이날이 데드라인이다. 여야 상임위원장 재분배 합의에 따라 내달 말 문체위원장 자리가 국민의힘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을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만큼 위원장 교체는 법안 통과 전망을 어둡게 한다. 위원장이 전체회의 소집을 열지 않을 경우 상임위 문턱도 넘기 힘들다.

문제는 언론 단체들의 반발이다. 민주당에서 의석수로 밀어붙인다면 현재로선 언론중재법의 본회의 통과를 막을 길이 없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과 척을 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전날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5개 언론 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면서 법안 통과 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언론 단체가 법안 반대 이유로 첫손에 꼽은 것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제 도입이다. 언론이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것인데, 여기에 손해배상 하한액(언론사 매출액 1만분의 1)까지 설정했다. 이를 두고 언론 단체는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약하려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언론 단체는 법안이 현행 민법 체계와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액에 대해 언론사가 기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점, 고의·중과실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언론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명예훼손죄 등에 따른 형사상 책임도 지도록 돼 있는 만큼 과잉 입법이라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언론중재법을 통한 민주당의 언론 개혁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언론 단체의 입장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에서도 민주당의 ‘저의’를 의심했다. 악의와 왜곡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도리어 소송 남발로 이어져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법안에 규정된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 △정정보도 청구 사실 등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는 기사를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하는 경우 △기사 제목에 왜곡이 있는 경우 △사진·삽화·영상 등의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중의 하나로 판단한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미디어 스펙트럼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미디어가 넘치는데 왜 탈(脫)진실의 시대라고 불리겠는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과 거짓 경계성이 모호해지고 의도적·악의적인 가짜뉴스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법안은 가짜뉴스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겠다는 의미가 크다”고 재차 설명했다.

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pink25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