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자 난민(難民), 그리고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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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행복글방]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자 난민(難民), 그리고 디아스포라
  • 입력 : 2021. 09.10(금) 18:11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이 현지 직원과 감격의 포옹을 나누는 장면으로, 우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국민 391명을 탈출시킨 작전명 ‘미라클’의 성공과 감동을 보여준다. / 외교부
지금, 지구촌의 가장 핫한 이슈는 난민이다. 지난 2월 미얀마 군사 쿠데타로 최소 25만명(한국희망재단 추정)의 난민이 발생한 데 이어 8월 아프카니스탄(이하 아프칸) 탈레반 정권 장악으로 생긴 난민은 현재 약 550만명(영국 BBC)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아프칸 난민이 앞으로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난민(難民, refugee)의 사전적 의미는 ‘박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람’이다. ‘망명자’는 ‘난민’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망명자’는 주로 정치적 박해로 다른 나라로 피한 사람을 이야기하고, 아프칸이나 미얀마처럼 국가의 변란에 따른 자국 탈출민을 보통 ‘난민’으로 해석한다.

위키백과에서는 ‘난민’을 19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Protocol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와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 협약들에서 확대돼 전쟁이나 기타 폭력에 의해 원래 살던 땅을 떠나게 된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사람을 망명신청자(asylum seeker)라고 한다. 난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을 떠난 대규모 피난민들에 대해 법적으로 정의하면서 정식화되었다. 국제기구인 ‘미국 난민 및 이민 위원회(U.S. Committee for Refugees and Immigrants)’에서는 전 세계 난민 수를 총 6200만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동안 이라크, 예멘, 수단,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이 ‘난민’의 주요 국가였으나, 올해 들어 미얀마와 아프칸이 최고의 난민 발생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왜 조국을 버리는 것일까. 난민의 문제는 최근에 일시적으로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오래된 비극이다. 우리는 ‘고향’을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을 흘린다. ‘고향’이 이러한데 ‘조국’은 더한 슬픈 존재다.

유엔 난민 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난민은 6500만명을 넘어서면서 국제적으로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중 51%가 어린이라는 사실이다. 부모 없이 난민 신청을 한 어린이만도 30만명이 넘었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로 아프칸 사태로 한국에 온 ‘특별 기여자’ 378명 가운데, 5세 이하가 100여명, 6~10세가 80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1992년 유엔 난민 협약에 가입한 이후 2013년 7월 1일,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한 국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책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이렇게 많은 난민이 생겨나는지, 우리가 왜 난민을 보호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제는 난민에 대한 우리들의 인권 지수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 직원과 가족 391명이 지난달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현지 동료들을 책임지고 탈출시킨 한국의 모습에 전 세계인이 찬사를 보냈다. / 뉴시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만큼 그 위상에 맞는 책임감을 한국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프칸 사태 이후 더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슬람 공포증’의 시선으로 경계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는 세계 각지의 난민사태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현재도 진행형인 시리아 내전의 경우 2015~2016년 난민 위기 때, 항공편으로 국내에 약 200여명이 유입됐다.

이때 우리나라로 들어온 시리아 난민들은 대체로 생활 형편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2015년 11월)에 따르면, 이들 중 135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65명에 대해서는 공항 내 외국인보호소와 인근 난민지원센터에 임시 수용했었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준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적 권리는 제한되지만, 체류 기간에는 거주 제한 없이 자유롭게 구직활동도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자살 폭탄테러 등을 자행한 때여서 국내에서 난민에 대한 이미지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2018년에는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난민사태’로 우리나라는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당시 예멘 출신 난민 561명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입국, 484명의 난민 신청자 가운데 언론인 출신 단 2명만 난민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412명은 시리아 난민과 마찬가지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1년마다 체류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난민법에는 제주도에서 육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출도 제한 조치’, 그리고 예멘인에 대해서는 ‘무사증 입국 불허 조치’ 같은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미봉책’이라는 지적과 ‘국제인권국가로서 무책임한 조치’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때에 아프칸 난민에 대해 ‘난민’이란 지위 대신 ‘특별 기여자’란 지위를 부여한 우리나라의 조치는 진일보한 대응으로 국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여년 대(對)아프간 협력 사업에 함께 했던 조력자와 그 가족을 특별기를 보내 국내로 데려왔다. 그리고 ‘특별 기여자’ 지위로 그들의 자유의사를 존중, 수용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국내에 체류 중인 아프간인에 대해서도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로 국내 체류를 희망한 기존 합법 체류자 중, 체류 기간이 지나 출국해야 할 때도 현지 정세가 완화된 후 자진 출국할 수 있는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지금 난민의 문제는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창이 되어 버렸다. 난민 문제는 지구 온난화 문제나 핵 위협만큼 심각한 문제이다. 극단적 종교 분쟁은 영원할 것이고, 선진 각국의 무기 개발 지속과 무기의 수출입을 통한 경제 구조가 이뤄지고 있는 한 이 세상에서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언제나 난민은 조국을 떠나 슬픈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본격적인 ‘디아스포라(Diaspora)’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디아스포라’는 과거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온 유대인의 삶을 지칭하는 말이다. 현재는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됐다.

이러한 개념은 식민지 조선을 떠난 재일조선인과 고려인, 한국전쟁으로 인한 실향민과 이산가족, 산업화 시기 파독 간호사와 광부 등 우리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마주치는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의 난민, 추방, 실향, 이민 등 오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대상화하고 혐오와 차별이라는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 ‘디아스포라’는 이국의 정취만을 의미하지 않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공존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세계가 하나’라면, 난민도 내 이웃이기 때문이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