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시진핑의 연예계 길들이기, 그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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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행복글방] 시진핑의 연예계 길들이기, 그 노림수는?
  • 입력 : 2021. 09.16(목) 19:00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중국이 미국과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내부 결속을 위한 국가 전반적인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사활을 걸었다. 여기서 미운털이 박힌 기업과 연예인들은 타깃이 됐다. / 신화·뉴시스
중국의 문화예술계, 특히 연예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유명 연예계 스타와 셀럽들이 잇따라 현업에서 퇴출당하고, 일부는 재판 결과에 따라 교도소에 갇힐 처지에 놓여 있다. 자국뿐 아니라 외국 연예계를 향해서도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잡이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정치 경제 군사 분야 못지않게 ‘문화대국’을 강조해온 터라 그 속내가 궁금하다.

알고 보면, 중국의 문화예술계 통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 노선 국가의 속성이 그렇다. 그러나 지구촌이 하나로 움직이는 문화예술 분야는 매우 자유롭고, 국가의 통제가 쉽지 않은 분야이다. 세계 최고란 명예를 유지하려면 국제적 명성이 필요하므로 그동안 중국 정부도 문화예술계에서는 일정 부분 외국에서의 활동과 교류 등에 너그러웠다.

최근의 변화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힘겨루기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겨루기에서 승리하고 싶은 중국으로서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했다. 사회주의 속성상 대부분 중국공산당의 통제가 가능한데, 외국과의 협력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문화예술계와 그 종사자들은 서구식 ‘창작예술의 자유’에 길든 탓으로 쉽지 않은 형국이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이를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으로 돌파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중국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중국 경제의 미래 좌표로 내세운 ‘공동부유론’은 글자 그대로 “다 함께 잘 살자”라는 이야기다. 이 대회에서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인민 중심의 발전 사상을 유지하고, 높은 수준의 발전을 통해 공동부유를 추진해야 한다.”

즉, ‘함께 잘 사는 사회’를 향한 정비작업을 공식화한 것이다. ‘공동부유’의 기반을 2035년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도 알렸다. 이를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여러 조치가 뒤따르는 형국이다.

‘공동부유’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일이 급선무다. 빈부격차 확대로 커지는 불만을 줄이지 못하면 중국공산당 지배 체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최근의 경제 지표를 보면 중국의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빈부격차 축소는 중국 정부의 지상과제가 됐다.

최근 중국 정부는 단지 빈부격차 축소를 추진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학업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쌍감(雙減)정책’을 발표하고,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 규제에도 나섰다. 그리고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등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통제도 강화했다. 이들 기업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발적’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하고 있는 ‘공동부유론’의 일환으로 문화예술계 유명인들에 대한 제재가 시작됐다. 여기엔 이연걸, 유역비, 공리, 탕웨이 등도 포함됐다. / 뉴시스, 인스타그램, 티브이데일리

시진핑 정부가 플랫폼·게임·사교육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곤 있지만, 기업 전체(민간기업과 국유기업 모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는 않다. 이른바 ‘홍색 규제’를 받는 기업들은 신산업으로 성장한 전자상거래, 공유경제, 핀테크, 플랫폼 경제 같은 영역의 거대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이 이번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당국의 만류에도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 디디추싱이 국유화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새로운 기업을 후원해 측근 경제를 강화하는 시도도 감지된다.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이 대표적이다. 징둥의 대표 쉬레이는 인민해방군의 전설적 영웅 쉬샹첸의 손자다.

이어서 중국 정부는 빈부격차 확대 조장, 세금 탈루, 사회주의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문화예술계 유명인들을 손보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공산당과 중국 정부에 밉보인 스타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등의 일들이 벌어졌다. 대만 언론 자유시보는 “중국 당국의 연예인에 대한 ‘홍색 정풍운동’ 대상이 외국 국적 연예인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에 근거하면 퇴출 대상자는 ‘황비홍’과 ‘동방불패’ 등으로 이름을 떨친 액션스타 이연걸(리롄제·싱가포르), 송승헌의 그녀였던 ‘뮬란’ 주인공 유역비(류이페이·영국), 할리우드에서 더 유명한 공리(싱가포르), 김태용 감독의 아내인 한국 며느리 탕웨이(홍콩), 알리바바 픽처스의 2대 주주와 결혼한 조미(자오웨이·싱가포르) 등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 국적 취득자는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원천 봉쇄하고, 고액 출연료를 금지하는 내용의 대중문화 분야 고강도 규제를 발표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방송 규제기구인 광전총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예 프로그램과 그 관계자 관리를 가일층 강화하는데 대한 통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 통지는 “불법을 저지르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을 단호히 배제하며, 방송국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은 프로그램 출연 배우와 게스트 선정 시 정치적 소양, 도덕적 품행, 예술 수준, 사회적 평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만 언론도 “앞으로 외국 국적의 연예인을 중국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없으며, 고액 출연료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확인했다.

광전총국은 또 “정치적 입장이 부정확하고, 당과 국가로부터 마음이 떠나 덕성을 상실한 사람, 법규를 위반하고 사회 공정성의 마지노선을 넘어선 사람,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위배하고 언행과 규범을 상실한 사람 등은 절대 써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출연료 규정 위반과 이중계약, 탈세를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광전총국은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 방영 금지, 스타의 자녀가 참가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영 금지를 각각 명령했다. 아울러 오디션 프로그램은 투표 환경을 엄격하게 관리해 경연장 밖에서 이뤄지는 투표를 금하도록 했다. 특히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들의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에서 몰표를 던지는 등의 빗나간 팬덤 문화를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다만 현재 Mnet의 한중일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에 출연중인 중국 출연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제재 또는 간섭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방송 관계자는 “이번 고강도 연예계 규제 조치는 프로그램 참가가 결정된 이후 내려진 내용이어서 중국 출연자에 대한 어떤 불이익도 없다”고 밝혔다.

중국 세무 당국은 최근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도 이를 숨긴 혐의를 받는 유명 배우 정솽(鄭爽)에 대해 벌금 2억9900만위안(약 539억원)을 부과했다. 싱가포르 국적 문제로 1차 핸디캡을 지닌 조미도 탈세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각종 온라인 공간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인 캐나다 국적자 크리스(중국명 우이판·吳亦凡)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린 배우 장저한(張哲瀚)도 사실상 퇴출됐다. 국내 일각에서 우려하는 트와이스 멤버 쯔위는 국적이 대만인 데다 본토에서 활동할 계획도 없어 중국의 이번 조치와는 관계가 없다.

정리하자면, 문화예술인과 게임업체 등 대중문화산업에 대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행보는 대략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앞으로 더 강화될 미국과의 대결에 대처하고자 내부 결집을 강화하려는 시도이다. 내부 결집에 있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지닌 연예인 등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다.

둘째는 시진핑 자신의 장기집권 토대를 굳히기 위한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관례를 무시하고 10년의 통치 기간 외에 적어도 5년이나 10년의 통치 기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제3기 시진핑 집권 시기를 굳건히 하려는 조치인 셈이다. 늘 그랬듯 마오쩌둥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 역할을 연예인이 수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