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표심 어쩌나… 윤석열, 박정희 생가서 ‘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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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표심 어쩌나… 윤석열, 박정희 생가서 ‘봉변’
  • 입력 : 2021. 09.17(금) 21:46
  • 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항의하는 극우 성향의 친박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친박 지지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지휘해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었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특검이 발족했을 땐 수사팀장을 맡아 기소의 발판을 만들었던 그다. 친박 입장에선 윤석열 전 총장이 달가울 수 없다. 이 같은 분위기는 17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재확인됐다.

윤석열 전 총장은 생가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영과 우리공화당 당원 100여명의 반발을 동시에 맞닥뜨렸다. 우리공화당은 극우 성향을 가진 친박 지지층이 결집한 원외 정당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도 우리공화당 당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유를’, ‘죄 없는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 물러가라’ 등의 내용을 적은 현수막과 피켓을 들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속수무책으로 봉변을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데 대한 “한마디 사과도 없이 왜 이곳을 찾아오느냐”는 항의와 욕설이 쏟아졌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윤석열 전 총장은 경찰의 호위 속에 떠밀리다시피 추모관에 도착한 뒤 참배만 겨우 마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나야 했다. 방명록도 남기지 못했고, 예정돼 있던 기자단 브리핑도 진행하지 못했다.

급박해진 상황에 윤석열 전 총장은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았다. 머리부터 옷까지 모두 젖으면서 몰골이 초췌해졌다. 그가 ‘입’을 연 것은 다음 일정이었던 경북 포항북구 당협을 방문한 뒤다. 이 자리에서 “제가 감내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경선을 앞둔 대선주자로선 조급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쟁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중도 확장으로 지지율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통 보수층의 지지를 장담할 수 없다면 역전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때문에 친박 지지층과의 갈등 해소가 윤석열 전 총장에겐 중요한 숙제다. 쉽진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사과한다면 ‘자기부정’이다. 그가 친박 지지층에게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사과에 머뭇거리는 이유다.

윤석열 전 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앞에서 하지 못했던 말을 풀어냈다. 그는 “여러 사정상 생가 전체를 둘러보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추모관에서 참배를 드렸다”고 밝힌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대사의 거인이다. 그림자도 있지만 우리 역사에 우뚝 솟은 위인임에 틀림없다”고 적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난과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우리나라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재도약시키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뉴스코프 소미연 기자 pink25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