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행복글방] 명불허전, 시니어 슈퍼스타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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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행복글방] 명불허전, 시니어 슈퍼스타의 존재 이유
  • 입력 : 2021. 11.05(금) 10:52
  •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
올해 84세인 가수 쟈니리가 MBC 예능 프로그램 ‘복명가왕’에 출연해 3연승을 거둬 변함없는 실력과 여전히 청춘임을 보여줬다. / 방송화면 캡처
올해 하반기 들어 산수(傘壽·80살) 안팎 원로 방송연예인들의 활약이 화제다. ‘명불허전(名不虛傳)’ 그대로이다. 명불허전은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 이름이 날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이름값을 한다’라는 뜻이다. 이들은 ‘전설’, ‘레전드’, ‘국민’ 같은 수식어와 더불어 존경의 의미가 담긴 ‘명불허전’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월 24일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3연승의 가왕 ‘빈대떡신사’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 시청자는 물론 심사위원들은 경악했다. 복면의 주인공은 올해 84살인 가수 쟈니리(본명 이영길). 2015년 이 프로그램이 출범한 이후 ‘복면가왕’에 오른 최고령자이다. 방송연예사에 남을만한 사건(?)이다.

그뿐만 아니다. ‘복면가왕’은 세계 50개국에 포맷이 수출(2021년 8월 현재)됐는데, MBC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이 프로그램 출연자 중에서도 쟈니리 선생이 최고령 가왕이다”라고 전했다. 이는 K-Pop의 세계화 성공은 쟈니리 같은 ‘명불허전’ 선배들의 밑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세계인에게 알린 값진 기록이기도 하다.

쟈니리는 10월 26일 KBS1 ‘아침마당-명불허전, 오빠는 살아있다’에도 출연, “가수에게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나는 아직 ‘청춘인데, 올해가 지나기 전 신곡이 담긴 새 앨범을 내놓겠다”라며 ’청춘‘을 강조했다. 이에 함께 출연한 올해 77살의 가수 남진은 “그럼요 형님, 그러셔야죠. 존경합니다”라며 선배를 응원했다.

쟈니리와 남진의 대화에서 그들은 줄곧 자신들이 ‘청춘’임을 강조했다. 그런 생각이 “우리의 오늘을 가능하게 했다”라고 말한다. 미국의 시인 새뮤얼 울만도 그의 시 ‘청춘(Youth)’에서 그렇게 노래했다. ‘청춘’은 시인이 78살에 지은 것으로, 울만이 81살 생일에 낸 ‘인생의 정점에 서서’라는 책머리에 실려 있다.

그는 ‘청춘’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뜻하나니 / 진정한 청춘이란 젊은 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정신 속에 있다 / 용기 없는 20대라면 그는 이미 노인, 용기 있는 60대라면 그는 한창 청춘”이라고 노래한다. 그의 시처럼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명불허전’ 쟈니리가 되뇐 ‘청춘’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복면가왕’ 최고령출연자는 올해 85살인 김영옥 배우이다. 그는 쟈니리가 가왕석에 앉아있던 10월 17일 ‘나초’란 이름으로 출연해, 김광석에 이어 임영웅이 리바이벌해 유명한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원곡자 김목경)’를 불러 80대 중반이라고 믿기지 않는 ‘청춘’의 ‘소리’로 주변을 놀래줬다. 그는 10월 30일 KBS 예능 ‘불후의 명곡’에 출연, ‘찔레꽃’을 불러 이 프로그램 최고령 출연 가수 기록도 세웠다.

오영수 배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과 함께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의 나이 올해 78세다. / MBC ‘놀면 뭐 하니?’ 방송화면 캡처
노래뿐 아니라 김영옥 배우는 현재 KBS2 ‘신사와 아가씨’, tvN ‘지리산’ 등 주말극 2편에 겹치기 출연하면서 나이를 잊고 산다. 여기에 올해 최고의 세계적 흥행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이정재의 어머니로 출연해 방송연예인으로서 ‘화양연화’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에서의 ‘명불허전’ 연기자는 80살을 코앞에 둔 오영수(78) 배우이다,

연기 경력 58년차인 오영수 배우는 ‘오징어게임’에서의 특별한 캐릭터와 특출한 연기로 ‘월드 스타’에 합류했다. 세계의 미디어가 그를 조명하면서 세계적 언론사의 취재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그에 대해 ‘오징어게임’의 깐부 이정재는 공식 석상에서 “젊은 생각을 가진 선배님”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오영수 배우는 10월 16일 MBC ‘놀면 뭐 하니?’에 출연해 “나이가 들면 열정이 사라진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배우들이 다 젊은데 내가 그 속에 있다 보니까 조금 과장되게 젊은 척을 했다”라고 말했다. 오영수의 ‘젊은 척’이 바로 새뮤얼 올만이 ‘청춘’에서 노래한 ‘용기’다. 용기 있는 그는 한창 청춘이다.

80대 방송연예인의 ‘명불허전’을 입증하는 레트로 프로그램도 인기다. MBC는 ‘다큐플렉스 전원일기’와 MBC ON의 ‘수사반장’ 재방송을 통해 최불암(82) 배우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또 ‘다큐플렉스-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이 드라마의 ‘야동순재’ 이순재(88) 배우를 소환해 건재를 알리고 있다.

최불암 배우는 현재 KBS1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순재 배우는 KBS2 토요 예능 ‘갓파더’에 출연하는 한편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무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리어왕’ 무대에서 열연 중이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80살 안팎의 슈퍼스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들의 용기 있는 도전은 후배들에게 큰 자극이다. ‘100세 시대’이어서도 아니고, “예술가에게 정년은 없다”를 믿어서도 아니다. 후배들은 그들의 ‘존재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다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존재 이유’가 있는 방송연예인은 ‘다름’을 만든다. ‘남들처럼’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방송연예인에게 차별화는 생존과 연결된 절박한 과제이자 숙명이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서로를 의식하게 되고 상대방의 강점을 계속 모방하면서 서로 닮아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진정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그들 특유의 무엇인가가 존재해야 한다.

부산일보·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 TV리포트·티브데일리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 합창’, ‘충무로 25시’ 등 소설과 시나리오 희곡 평론집 등을 집필했다.
방송연예가에 ‘노(No)노(老)족’이 늘고 있다. 일반인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방송연예인의 활동 수명은 점차 줄어드는 현실이다. 여기저기에서 궤도를 수정하느라 야단법석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오늘의 80대 슈퍼스타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다재다능’이나 ‘팔방미인’은 역설적으로 설명하면 그 분야 최고의 능력자는 아니라는 표현이기도 하다.

방송연예인이라면 한 번쯤 자기의 전성기를 살펴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전성기가 지나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수입도 줄고, 팬들도 떠나고, 출연 기회도 잘 주어지지도 않고, 나이는 더해 가고 하면, 누구나 육체와 정신의 쇠락을 가져오는 노화 앞에서 마음도 쉽게 빈곤해지기 마련이다. 세월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더는 살 수 없게 만든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들이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성기가, 소위 ‘리즈 시절’이 지나면 점점 체력도 쇠해지고 전성기 때만큼 회복력도 떨어져 심신이 많이 위축된다. 이런 인생 최대 시련들 앞에서 젊음을 자랑하던, 언제나 봄날인 줄 알았던 과거의 셀럽들은 얼마만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까? 방송연예계 ‘청년’이 그 해답을 얻기 위해 80대 ‘명불허전’에게 ‘존재 이유’를 배워야 하는 까닭이다.

방송연예가의 ‘명불허전’ 슈퍼스타 이야기를 하면서, 올해 95세인 송해 선생님을 빼놓은 이유는 그분은 이미 ‘신선’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 본지에 실린 칼럼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뉴스코프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윤상길 한국미디어콘텐츠협회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