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스코프] ‘치킨 맛’ 논쟁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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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코프] ‘치킨 맛’ 논쟁이 남긴 것
맛 논쟁으로 시작돼 가격 문제로 귀결
  • 입력 : 2021. 11.26(금) 15:28
  • 뉴스코프 김윤겸 기자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와 대한양계협회의 치킨 크기와 맛을 놓고 시작된 갈등은 우리나라의 닭 소비문화와 치킨가격 등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자담치킨
최근 다소 엉뚱한 논란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한국 치킨은 맛없고 비싸다’라는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의 발언으로 시작된 이른바 ‘치킨 논란’이다. 이번 논란은 황 씨의 주장에 대해 대한양계협회가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과연 작은 닭이 맛이 있나 없나’ 여부가 자리 잡고 있다. 황 씨는 우리나라만 1.5㎏의 작은 육계로 치킨을 튀겨 맛이 없다고 주장했다. 육류·생선은 크고 잘 자란 것일수록 맛있다는 속설에 기반한 주장으로 3㎏ 내외인 외국 닭에 비해 맛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협회 측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작은 닭을 유통하는 것은 맞지만 큰 닭에 비해 맛이 없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며 황 씨를 강력 비판했다.

이번 논쟁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만한 여지들을 남겨 놨다. 황 씨와 협회 측은 모두 농촌진흥청의 상반된 연구 결과를 주장의 근거로 내세웠으나 이는 맛을 측정하는 기준이 달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맛은 개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제각기 다른 것으로 그 기준을 보편화·일반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누군가에게는 큰 닭이 맛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작은닭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통상 마리당으로 소비하는 우리나라 닭 소비문화와 달리 외국은 대체로 부위별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외국에서 인기가 많은 가슴살의 양을 높이기 위해서는 닭을 충분히 키워 유통시킨다는 문화적 차이도 자리한다.

여기서 지적돼야 할 것은 유달리 크기는 작으면서 가격은 비싼 치킨업계의 관행이다. 사실상 병아리에 가까운 한 달된 닭을 유통하고 통상적으로 2000원대에 불과한 생닭을 2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비싼 치킨 가격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용 닭의 유통과정은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 이뤄져 있다. 최대한 이익을 남기기 위해 한 달된 닭을 상품으로 내놓고 육가공 업체들은 담합을 통해 최대한 이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이를 유통한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마니커 등 7개 업체에 닭고기 가격과 출고량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총 25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비싼 가격으로 치킨 상품을 내놓는다. 국내 식음료 업계에서도 유독 경쟁이 치열한 치킨 업계에서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이상하리만치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제품 자체의 맛이나 소비자들의 건강 등은 염두할리 없다. 오직 돈의 논리뿐이다.

이번 논란은 우리나라의 비싼 치킨 가격이 문제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식 치킨이 해외에서도 인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각종 양념을 더해 독창적인 맛으로 거듭난 한국의 치킨 문화만큼이나 이제는 충분히 사육된 여러 크기의 닭이 유통되는 다양성도 추구해야 할 때다.

뉴스코프 김윤겸 기자 paperguy@kakao.com